이윤택 연출이 직접 쓰고 연출한 <혜경궁 홍씨>가 12월 14일부터 29까지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됩니다.
이윤택 연출과 오랫동안 함께 작업해온 김소희 배우가 주인공을 맡아 60대 노인에서 10세 소녀까지 다양한 모습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영조, 사도세자 그리고 정조에 이르는 이 시기 는 TV 드라마 소재로도 많이 사용될 만큼 잘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작가가 혜경궁 홍씨가 쓴 <한중록>을 토대로 했다고 하며, 한 여인의 관점에서 궁중에서 겪은 끔찍한 사건을 돌아보고 있습니다. 이윤택의 팬이라면 기대해도 좋은 부분은 이번 작품에서 작가는 셰익스피어의 <리어 왕>을 대사에서부터 인물의 성격에 이르기까지 매우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극작 방식은 <문제적 인간, 연산>의 연속선상에 있다고 할만합니다. 더불어 첫 장면에서 아들 정조와 어머니 혜경궁 홍씨가 꽤 오랫동안 이야기를 주고 받는데, 서로의 입장 차이를 팽팽한 대화를 통해 주고받는 방식이 그리스 비극에서처럼 효과를 발휘합니다. (다만, 같이 본 다른 기자들은 좀 지루해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한옥집의 내실 삼면으로 된 무대는 회전무대 위에 올려져 원활한 장면 전환을 돕고 있습니다. 작고 좁은 극장에서 수동으로 돌아가는 회전 무대는 그것만으로도 보는 재미를 선사합니다. 나무와 창호지로 된 무대는 한옥의 느낌이 물씬 나는데, 문득 이 나무는 어느 나라 나무를 사용했는지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 극에 등장하는 영조의 모습은 매우 독단적인 데가 없지 않은데 그 모습이 최근 북한의 모습과 묘하게 겹쳐지는 지점이 있습니다. 극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러운 몇몇 대사들이 요즘 시국에 맞닿아 공명하는 지점도 보입니다.
우리 전통의 소리와 몸짓 또한 '국립'극단의 레퍼토리로 적절해 보입니다. 무대 공간 위에 악사들의 연주 공간이 없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백장 극장의 적은 객석으로 인해 표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무엇보다 아쉽습니다.
공연문의 국립극단 1688-5966 / www.ntck.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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