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경궁 홍씨>
장소 / 백성희장민호극장
연출.작 / 이윤택
극단 / 국립극단
영조와 사도세자, 그리고 그 아들 정조의 이야기는 꽤 많은 텔레비전 드라마의 소재로 사용되어 왔다. <대왕의 길>에서는 임호가 뒤주 속에 갇혀 죽기까지의 사도세자를 연기했으며, 이서진이 분한 정조가 주인공인 <이산>에서는 사도세자 역으로 이창훈이 특별 출연하여 회상 장면에서만 잠깐씩 등장한다. <무사 백동수>에서는 오만석이 효종의 북벌지계를 계승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사도세자를 연기한다. (출처: 지식백과) 아마도 광기에 둘러싸인 아들을 자신의 손으로 죽여야 했던 아버지의 이야기가 꽤나 자극적인 소재였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두 눈으로 똑똑히 제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한 왕의 남모를 슬픔이 대중의 연민의 감성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리라.
사실 역사극은 이미 정해진 결말로 꾸며나가는 이야기이며, 반전의 요소가 그리 많지 않다는 생각 때문에 최근 나의 관극 리스트에서 자주 제외되곤 했다. 그러나 <혜경궁 홍씨> 포스터를 가득 채우는 김소희 배우의 얼굴, 포스터 지면을 뚫고 나오는 그녀의 눈빛이 무언가를 말하려 했고, 그 말을 듣고 싶었다. 역사에서 주도권을 잡고 있던 남성의 눈이 아니라, 그들을 지켜보고 그들과 함께 할 수 밖에 없던 운명을 지닌 한 여인의 눈은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궁금한 마음에 극장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