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17일 화요일

좌표추「ㄱ」

 장 혜 경 (https://blog.naver.com/myeongmyeol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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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이 글은 아래 링크에서 출력용 문서로 체험할 수 있습니다.
체험에 앞서
체험용 좌표추「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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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렸습니다, 도와주세요.

·무엇을 잃어버리셨나요?

:모르겠습니다, 도와주시겠어요?

길을 잃은 사람도 물건을 잃은 사람도 찾아가면 됩니다. 잃음을 찾음으로 벌충합니다. 하지만 잃은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어떻게 하면 될까요? 내민 휴대전화는 단서일 것입니다. 으레 위치나 사진이 있으리라 짐작하고 들여다보니

「부응해 오듯 뚫어져라 쳐다보는 검은 깃털 붙은 생물 무리 앞, K는 지하철 의자에 뻗어 잠든 인간이다. 갸웃거리는 머릿덩이가 가볍다. K는 무겁게 선생님이라 불러야 했지만.」

·선생님, 죄송하지만 뭐가 뜨질 않네요.

:뭐가 떠야만 하나요?

·제게 잃어버린 걸 보여주시려던 것 아니셨나요?

:그냥 잠깐

「“맡아줘, 너네 집은 안 혼나잖아.” ‘선생님’이 더할 나위 없는 존경을 지기도, 부박한 냉소를 지기도 하듯, 맡김과 맡음이 맡는 대상의 무게는 다르다. K는 조류 공포증이 있다. 그래서 존칭하고, 피하고, 주도권을 넘긴다. 너무 넘긴 나머지, 시커먼 천을 뒤집어써 머리부터 음성까지 변조된 ‘주인’에게서 원치 않는 선생님 하나를 떠맡는다.」

손바닥이 왜 바닥인지 알았습니다. 으름장 놓듯 휴대전화를 내려놓을 자리가 되어야 했으니까요. 심지어 액정이 아래를 보니 구경거리 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잘못하지 않았습니다.

·이걸 왜 저한테 주시죠?

:도와주시려면 필요할 것 같아서요.

·아무것도 안 뜨는 휴대전화가요?

:빈손과 그렇지 못한 손이요.

양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말이 이 두 손을 지칭한 것인지, 휴대전화 주인이 가진 빈 손과 휴대전화로 평평해진 손의 대비를 칭한 것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뭘 해야 될까요 이제?

:뭘 해야 될까요?

「앵무새, 구관조, 찌르레기, 까마귀. 말을, 소리를 흉내 내는 새는 많다. 십장새도 그런 새인가 보다. 들어본 적 없지만, K는 개의치 않는다. 않아야만 한다. 그리도 무서운 새와 함께인데, 말하는 새라면 말도 통할지 모른다는 희망으로 생존하기 유리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이 새는 반드시 하루에 한 번 외출해 사람 많은 곳에 증식한 탄산가스, 어쩌면 이산화탄소에 중독되었다는 점에서 더한층 사람 같다. 대중교통은 공황발작을 잘 일으키는 장소고, 주요 증상인 과호흡은 이산화탄소 부족으로 일어남을 고려할 때, 중독을 밝히며 헐떡이던 십장새는 진묘하게도 그 크기 못지않게 인간 같다. 욕하면 자신에게 돌아올 것을 알면서도 K는 십장새에게 욕을 뱉는다. 아기 먹일 정도로 잘게 씹어 준 것도 아니다. 꼭꼭 씹어 삼킬 여유도 없는데 무슨. 꾹 참는다. 분쇄되지 않은 말이 기도 벽을 구르고, 퉁겨져 오른다. 잘못 없이 험담을 듣고도 잘못 없는 자신에게 대갚음하는 메아리를 낸다. 이로써 십장새는 흉내를 멈추고 속엣말을 한다. 외출하자며 K 손목에도 묶어 준 끈은 파랗고, 리본 모양에, 동등하게 광택이 돌고, 연결된 중간이 띄지 않더라도 둘은 ‘매여’있다는」

·나가실 건가요?

:나갈 수 있을까요?

·나가지 않고 잃은 걸 찾을 수는 없잖아요.

:도와주신다고 했잖아요.

·제가 찾기를 바라시는 거 아닌가요?

:제가 찾기를 바라는 건데요.

·그러니까, 그걸 못하시니까 저를

:못하는 게 아니라, 모르는 건데요.

·그걸 제가 찾아내라는 말씀이잖습니까?

:도와만 주세요.

찾을 수 없다. 그렇게 말하는 듯했습니다. 그렇다면 잃은 ‘것’보다야 ‘곳’에 가까웠을까요? 길은 가는 것에 가까우니 말입니다. 아니면 기억마저 잃은 이로서는 잃음을 찾음으로 벌충한다는 이상이 듣지 않는다는 뜻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두 번의 분실로 더 이상 홈에 들어맞추기 어려워진 것입니다. 찾은 다음 기억해 내면 홈에 끼우기는커녕 홈을 끼워야 합니다! 그렇다고 기억을 돕는다? 그러려면 자극이 필요합니다!

·나가야만 기억을 도울 수 있어요.

:이미 나감보다 더 나갔을 거예요. 나가봤자 지금보다 더할 수는 없다고요.

·무슨 말이죠?

:‘파랑새’라는 글자를 쓴다고 해 봐요. 마침 파랑색 펜이 있어요. 쓰고 싶겠죠. 파랗게, 파랑새를.

·그렇긴 하겠죠.

:그 욕구를 안고서 이제까지 쓴 색 펜을 그만두지 않는 거예요.

·왜요?

:그래야

「나간다. 산책 간다. 참새의 지저귐을 귀여워한다. 십장새가 보송한 K에게 넌지시 헤드폰을 걸어 준다. 헤드폰이 새를 통째로 번역한다. 청각 정보와 시각 정보가 죄다 덧입혀진다. 깜찍하던 참새가 험상궂게 욕지거리를 한다. 종종걸음치던 참새는 온데간데없고, 볍씨에 두손 두발 다 건 난봉꾼만 남았다. 억울한 난봉꾼, 그놈의 “씨빡새끼”한테 볍씨 스무 알을 꾸어주고 뜯긴 난봉 難捧 꾼. K는 겁날 텐데도 묻고 듣기 바쁘다. 참새의 울분이 내는 달각거림. 보고 듣다 못 한 십장새는 순찰 담당 비둘기를 호출한다. 바바리코트 입은 수상한 행색의 비둘기는 신사적인 태도를 반짝 보이다 이내 참새를 제압한다. 재촉에 떠밀려 손목 파란 끈으로 분출을 틀어막는 K. 다리가 가지런히 묶여 얌전해진 참새는, 변함없이 볍씨 스무 알을 호소하고, 그러다 격분하여 비둘기에게 때려 잡힌다. 질질 끌려가는 다리, 뿌듯한 비둘기와 개운한 십장새 사이 쥔 손바닥처럼 희게 질린 K가 있다. 꼭 십장새의 말버릇처럼, 한 손은 마음을, 다른 손은」

휴대전화를 힘없이 쥐었습니다. 부탁하는 쪽이 뒤바뀐 듯했습니다. 뭐든 좋으니, 단서를 내어 달라 애걸복걸해야 할 판이었지요. 쥔 것이 펜이었으면 좋았을까요? 답답함을 써 내릴 수라도 있었을 테니!

:마음에 드세요, 그거?

·뭘 원하시는지를 말씀해 주시죠.

:도와줄 자신을 잃을 것 같나요?

·잃은 건 선생님이시잖습니까?

:잃은 거지 잃을 건 아닌걸요.

·맙소사. 정신을 잃을 것 같군요.

:쥐고 있으니까요. 

「남의 것을, 참새의 경우 볍씨 스무 알. 안절부절못하는 K를 위해 십장새가 건넨 해결책이다. 남의 것을 나의 마음으로 나누어 쥔다. 마음대로만, 나누어 쥔다. 쥐고, 가슴에 가져다 대고, “자유로워졌다.”며 안심하면 된다고 한다. 남의 것은 힘주어 움켜쥘 수 없다. 그렇다고 힘 빼면 “떨어트린다!”. 떨어트린 사람은 다시는 떨어트리지 않기 위해 쥔다. 나는 법 배우려는 아기 새 떨어질라, 쥐어서라도 붙잡으려 한다.」

·그럼, 이거 그만 놓을까요?

:안 돼요!

행동하지 않았습니다. 말만 했습니다. 행동한 쪽은 따로 있었습니다. 마치 휴대전화를 쳐들기라도 한 것처럼 빈손이 그렇지 못한 손에 매달렸습니다. 

·그럼 도로 가져가세요. 저는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으니까.

:안 된다고요!

·뭐가 그렇게 안 되는데요?

:내가 잃어버린 건 그게 아니란 말이에요. 그러니까 돕기도 전에 돌려받으면 나는, 나는

「잘못을 저질렀다. 놓아주면 잘못이 남고, 놓아주지 않으면 사람이 남는다. K는 놓친 죄로 사람이다. 죽을 때까지 사람이어야 한다. 어릴 적 떠맡은 새가 잘못돼서 책망하던 친구가 머릿속에 집 짓고 산다. K가 어디에 살든, 항상 한 층 위에 몸 겨우 누인다. 누웠다, 일어났다, 구경하다 “떨어트린다!”하고 함성도 내질러 보고. 저 조막만 한 정수리로 기웃기웃하는 것이 흉물스럽다는 듯 수치를 줘야 한다. K가 고개를 조아리며 간청했을 테니. 다시는 놓치지 않기 위해 ‘꽉’ 빈 주먹을 쥔다. 십장새는 틈을 놓칠세라 “새가 돼 볼래?” 한다.」

:영영 찾을 수 없어요. 

·어차피 못 찾을 거라면 이게 옳지 않나요?

:그게 어떻게 옳아요?

·당신은 도로 찾은 사람이 되고, 나는 도운 사람이 되잖아요.

:실상 찾은 사람도 도운 사람도 없잖아요.

·하지만, 지금 우리는 너무 비슷해요. 이러다 못 찾으면

:우리는 처음부터 비슷해요.

「매무새는 십장새와 대등하게 소통하는 유일한 새다. 알록달록 촘촘히 도르르 빛나는 전구 망토 날개를 뽐내는 새. 십장새가 외출을 겁내며 과호흡을 겪는 점과 같이, 매무새는 날지 못하고, 울음소리가 없다는 인간다운 면모를 보인다. 이죽대는 매무새는 말한다. 울지 않는다면서 어떻게 대화하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헤드폰 없이도 새를 알아듣는 K-솔로몬의 권능이었을 것이다.1) 매무새는 십장새와 낳은 알 이야기를 꺼내고, 나가떨어진 알 하나 인간이 주워가 키우다 고양이한테 먹혔다는 데까지 굴린다. 데구루루. 둘의 아이가 남긴 눈알 말아쥔 주먹. 희게 질린 십장새는 ‘새’를 내던지고 간다.」

·따지고 보면 도움이 필요한 건 휴대전화도 없는 나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비슷하다면.

:글쎄요, 보통 부족해서 모으잖아요. 그러다 쥐고.

·그래서 켜지도 못하는 전화기를 쥐고 계셨습니까? 그러면 이제 내가 부족하네요.

:도와드릴까요?

護. 도울 호 자는 隹. 새 추 자를 又. 잡고 있습니다. 잡은 손이 새를 保護. 보호할지 어떨지는 모릅니다. 그저 새를 잡는 중 言. 사람 말이 관여했다 해서 허울 좋게 도우니 마니 하는 것이겠지요. 잡아 놓고 나불대는 주둥이의 가벼움. 마치 애꿎은 새 잡고 나니 그럴싸한 명분이 필요한 사람이네요. 쥐는 것은 매한가집니다.

「K는 십장새를 찾는다. 맡은 바 책임을 다하러 쫓는다. 그 길에 서 있는 빡새, 쿠새, 노새를 만난다. 빡새는 K가 동물 학대범, 유기범이 아니냐며 겁박해 사탕을 갈취하고, 쿠새는 구애의 춤을 선동한다. 춤이 서툰 K는 쿠새에게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로 보였다. 새를 버린 덜 된 새라. 제 새끼 간수도 잘 못한 십장새를 닮았다. 조류 공포증의 진위를 따지자는 심보는 아니다. 다만, K는 새를 무작정 피하지도, 경시하지도 않는다. 갈수록 새와 가까워지고, 자신이 새 같다는 말을 듣고서도 말똥말똥 멍하다. 새보다 기억이 무서웠다면? “인생 최초의 책임감, 그리고 죄의식”이 새로 지어졌다면? 차마 되새기지 못한 잘못, 죄로 유보되기 전 팔팔하던 잘못을 체험한다. 십장새가 내버린 ‘새’를 쓰고, K는 차라리 새가 되고 싶다.」

·난 찾고 싶은 게 아닙니다. 도움은 필요 없어요. 여전히 당신을 돕고 싶지만, 이건 돌려드릴게요.

군말 없이 받아들였습니다. 아까 피운 소란은 다 어디로 간 걸까요? 손바닥이 가볍습니다. 오직 손바닥만 가볍습니다.

:이제 알겠어요.

·찾으셨나요?

:비슷하지만 같지 않아요, 당신은 찾길 원하지 않으니까요.

·아까는 돕기만 하라면서요?

:그랬죠. 하지만 당신은 찾는 걸 도우려던 게 아니에요, 돌아가기를 바랐던 거지.

·당연히 되돌아갔으면 하죠, 원래대로.

「죄의식에 나를 나 밖으로 내모는 감각이 샘솟는다. 몸이 있기에 내가 나 안에 ‘들어 있다’고 느낀다. 그러니 안팎은 인체 내부와 외부를 들락거려 질펀하다. 거슬러 오르자. 타자와의 관계맺음 이전의 내외, 떼려야 뗄 수 없는 속과 겉. 지도보다도 길보다도 오래된 점, 빈 주먹 쥐고 꽉. 손의 안팎은 손바닥과 손등으로 치지만, 주먹 쥐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손바닥 위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손등은 꺼지고 손바닥 안과 밖이 튀어나온다. 따라서 주먹은 안팎 아닌 속겉으로 부풀어 오른다.」

:되돌아간다고요? 어디로요?

·잃지 않았던 상태로요. 도움이 필요하지 않았던 때로.

:난 찾고 싶지, 찾아가고 싶지 않아요.

·길이 아니라 물건을 찾는다는 말씀이신가요?

:잃은 걸 찾더라도, 나를 찾아갈 수는 없다는 말이에요.

되돌아감은 나를 찾아감을 의미합니다.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점이라고 다 잠잠할까요? 

「의사이자 철학자였던 헤르베르트 플뤼게는, “행복감에서 나는 내 몸의 상태를 전혀 인지하지 않는다”고 논한다.2) 주먹도 그렇다. 평화로운 손바닥 한 점의 여유를 즐긴다. 겉을 느낄 때는 무언가 잘못되었을 때다. 속이 다쳐도 겉으로 울린다. 필요에 따라 속은 겉으로 넓어지고, 이 움직임을 배속하면 우글거리는 점이 된다. 어디까지 속으로 정할지는 점에 달려 있고, 점은 ‘나’이기도, ‘나’를 내쫓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아예 겉으로 빠지지 못한다. 내가 빠지는 순간, 속도 겉도 없는 점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나는 내몰린다. 속에서 제일 겉에 벼랑길 돌듯 붙는다.」

·그럼, 계속 이대로도 괜찮으신가요? 결국은 찾아서 돌아가야 하잖아요.

:찾을 수는 있겠죠. 못 찾을 수도 있고요. 하지만 나는 이동하지 않습니다.

·잘만 움직이고 있으면서 이러깁니까?

:목적지일 수는 있어도 도착지는 아니라는 겁니다.

나가자는 권유를 극구 만류한 까닭이 이런 것이었을까요? 그런데 또 목적지는 된다니, 향할 곳으로 삼기는 가능하다는 말 같았습니다. 삶은 잃음을 연계하여 경로처럼 포장합니다. 나를 찾는 과정이라며 열심히 양손에 무어를 챙겨 꾸립니다. 진정한 나로 거듭나기 위해…

「나를 이탈 離脫 해야 숨이 트인다. 죄의식은 내가 나라서 사라지지 않는다. 離. 새라서 괴로워 새를 떠나려 하는 십장새, 새를 놓친 인간을 떠나고 싶은 K. 십장새는 K가 무대에 없을 때만 올라 다음 장면을 짓고 황급히 나간다. 십장새가 당기는 대로 끌려오는 K, 역시 파란 끈은 서로를 맸다. 끌려가 본 마지막 새는 노새다. 새에게 시간은 밤낮 아닌 달이 해를, 해가 달을 쫓는 술래잡기라고 방실방실 웃으며 K를 쫓아간다. 기겁하며 달아나는 K도 웃지 못할 말을 웃으며 하는 노새를 흘려들을 수 없었다. 죽어가는 친구가 음식물 쓰레기 중독이니 그걸 달라, 없으면 뱃속에 있는 거라도 달라는 말이었다. 머뭇거리던 K는 이윽고 시키는 대로 게워 내는 버섯을 먹고, 친구는 죽는다. 죽고 나서야 ‘욱’. 토악질한다. 노새는 토사물로 사체를 축인다. 속이 울렁거려 괴로워지면, 이 속이 내 속이 아니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란다. 그런다고 울렁거리는 속이 겉으로 밀려나는 일은 없다. 내가 밀려 나간다. 겉을 속으로 토한다. 간신히 점 속에 붙어 있던 나도 외면하고 있던 기억도 한달음에 속으로 뿜어져 나온다. K는 십장새로 향하는 매무새, 빡새, 쿠새, 노새 모두를 도우려 했다. 속죄해야 했기 때문이다. 십장새를 찾아갈 희망 잃은 K에게 남은 방법은 구토뿐이었다. 담담한 노새를 뒤로 하고 연신 “미안해요” 하고 오열한다. 때늦은 참회를 퍼붓는다, 욱.」

·당신이 잃은 것은 뭔지 모르지만, 당신이 찾는 것은 당신이군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당신이기에 찾을 수는 있어도 찾아갈 수는 없고요.

:그렇습니다.

·그래도 물건보단 장소에 가깝죠, 맞나요?

:그런 것 같아요.

·우선 그 전화기부터 켜 보면 어때요?

:…네?

·왜, 일종의 좌표 같은 거잖아요. 찾은 척도 해보고, 아니면 잃은 셈 쳐도 되고. 일단 손에 있는 것부터 힘껏 쥐어보자고요.

:…내 것이 아닐지도 모르잖아요.

·켜 보면 알겠죠. 좌표가 빈다고 점까지 없어지진 않잖아요?

「K는 십장새를 찾으며 돌아가는 길을 잊는다. 또한 극이 다양한 새를 이정표 삼아 나아가기에, 모든 것이 K의 ‘여정’으로 보이기 쉽다. 한편, 속과 겉이 요동치는 한편, 달-해-달-해 술래잡기하는 한편, K와 십장새는 찾아가지 않는다. 듬성듬성 검은 터래기 훌륭한 깃털 무더기 될 때까지 ‘새’로 된 K가 절규하면서도 새를 끝까지 이행하는. 죄를 쥐어 들어 올릴 힘은 내도 된다는 결단이다. “자유는 무거운 거니까.” 그렇게 말한 K가 날아가자, 한 층 위 친구가 십장새를 따라 천천히 눕는다. 할 일을 다하고 겨우 내쉬는 숨처럼. 얼마 안 있어 변조된 주인이 들어온다. 맡긴 새를 찾으러 왔다는데 새는 나가고 없다고 대답한다. 이곳에는 인간밖에 없다. 주인은 오로지 맡기기 위해 새가 필요하고, ‘인간 하는’ 십장새에게 새가 되어보겠냐고 제안한다. 저가 한 말 메아리로 돌려받았다. 이다지도 K와 십장새는 앞으로도 내쫓고, 내쫓기리라. ‘나’로 말미암아 우글대리라. 함부로 여정이라 부르지 말라. 조감 鳥瞰 하려 들지 마라, 제아무리 붕새 鵬 일지라도 점 볼 길 없이 길만 굽어보니.」

그나저나, 검은 깃털과 비명은 어울려 마땅해 보입니다. 허나 검은 새가 불길한 징조라는 속설에 기대다 보니 조류 공포증이라는 한 가지 가능성에 엎어지기도 하겠습니다. 꽉. 하고 욱. 하는 ‘기역’ 자는 모양도, 발음도 꾹 눌러 막는 듯합니다. 그러니 무겁겠지요. 이동하지 않지만 움직이는, 매달린 추 錘 처럼 말입니다. 어이쿠, 마침 반가운 새도 날아옵니다. 휴대전화 전원은 잘 켜셨는지요? 내 기념으로 사진 한 장 찍어드리리다. 자, 다 같이 하나, 둘-

⁖좌표
隹 추
「ㄱ」
.

〈색인〉

▷ 難捧 난봉_꾸어 준 돈이나 물건을 되돌려받기 어려움_표준국어대사전

▶ 護(도울 호)_護자는 ‘보호하다’나 ‘돕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護자는 言(말씀 언)자와 蒦(자 확)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蒦자는 풀숲에 있는 새를 손으로 잡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이렇게 새를 잡는 모습을 그린 蒦자에 言자를 결합한 護자는 ‘말로 붙잡다’라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여기서 말로 붙잡는다는 것은 안타까운 상황에 놓여있는 사람을 보살피고 돕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護자는 ‘보호하다’나 ‘돕다’와 같이 누군가의 안전을 지킨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_[한자로드(路)] 신동윤

▶ 隹(새 추)_隹자는 ‘새’나 ‘높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갑골문에 나온 隹자를 보면 새의 머리와 날개, 꼬리가 함께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새를 표현한 것이다. 隹자는 사전적으로는 ‘꽁지가 짧은 새’로 정의하고 있지만, 실제 쓰임에서는 이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隹자는 단독으로 쓰이기보다는 다른 글자와 결합해 새의 특성이나 새의 종류와 같이 새와 관련된 의미를 전달한다_[한자로드(路)]

▶ 又(또 우)_又자는 ‘또’나 ‘다시’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又자는 사람의 오른손을 그린 것으로 이전에는 ‘손’이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중국에서는 오른쪽이 옳고 바름을 상징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이가 어릴 때부터 오른손잡이가 되도록 가르쳤다. 그래서 又자는 ‘손’을 뜻하다가 후에 ‘또’나 ‘자주’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자주 쓰는 손이라는 뜻인 것이다. 특히 금문에서부터는 손과 관련된 여러 글자가 파생되면서 又자는 손이 아닌 ‘자주 사용한다.’라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하지만 又자가 다른 글자와 결합할 때는 여전히 ‘손’과 관련된 뜻을 전달한다_[한자로드(路)]

▷ 保護 보호_위험이나 곤란 따위가 미치지 아니하도록 잘 보살펴 돌봄_표준국어대사전

▶ 言(말씀 언)_言자는 ‘말씀’이나 ‘말’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言자의 갑골문을 보면 口(입 구)자 위로 나팔과 같은 모양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을 두고 생황(笙簧)이라고 하는 악기의 일종을 그린 것이라는 설도 있고 나팔을 부는 모습이라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단순히 말소리가 퍼져나가는 모습을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 言자는 이렇게 입에서 소리가 퍼져나가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부수로 쓰일 때는 ‘말하다’와 관계된 뜻을 전달하게 된다. 참고로 갑골문에서의 言자는 ‘소리’나 ‘말’이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래서 금문에서는 이를 구분하기 위해 여기에 획을 하나 그은 音(소리 음)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_[한자로드(路)]

▷ 離脫 이탈_어떤 범위나 대열 따위에서 떨어져 나오거나 떨어져 나감_표준국어대사전

▶ 離(떠날 리)_離자는 ‘떠나다’나 ‘흩어지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離자는 离(흩어질 리)자와 隹(새 추)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离자는 짐승의 발자국에 덫을 그린 것으로 ‘흩어지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그런데 갑골문에 나온 離자를 보면 그물 위쪽으로 한 마리의 새가 그려져 있었다. 새가 그물 밖에 그려진 것은 새를 놓쳤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소전에서는 그물이 짐승을 잡는 덫을 그린 离자로 바뀌었고 그물 위로 날아가던 새는 隹자가 되어 지금의 離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지금의 離자는 ‘새(隹)가 흩어지다(离)’라는 뜻으로 해석된다_[한자로드(路)]

▷ 鳥瞰 조감_새가 높은 하늘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처럼 전체를 한눈으로 관찰함_표준국어대사전

▷ 鵬새 붕새_하루에 구만 리(里)를 날아간다는, 매우 큰 상상(想像)의 새. 북해(北海)에 살던 곤(鯤)이라는 물고기가 변해서 되었다고 한다_표준국어대사전

▶ 錘 추_끈에 매달려 늘어진 물건을 통틀어 이르는 말_표준국어대사전

᛬᛫_부탁해 오듯 난처하게 물은 이름 잃은 앱을 잃어 찾는 승객 자리 옆. 나는 버스 의자에 앉아 응한 인간이었다. 갸웃거리는 손가락이 가볍다. 나는 무겁게 모르겠다며 돌려드려야 했지만_장혜경





연극 <십장새>
2024.6.14.-6.22. 평일19:00, 15:00
신촌문화발전소 공연장
 
십장새를 찾습니다.
 
이것 좀 맡아주라. 너네 집은 안 혼나잖아.”
그런 날이 있다.
몸과 마음이 스트레스에 취약해 지면,
 
거절하지 못했던 그 날의 기억,
잊고 있던, 잊고 싶던
어린 시절의 희미한 기억이
거대한 괴물처럼 요상하게 짜깁기 되고, 과장되어
자꾸만 꿈속을 날아다닌다.
인생 최초의 책임감, 그리고 죄의식
퍼드덕ㅡ퍼드덕-..
! 선생님... 어느 쪽으로 가실 거예요?”
 
출연 | 김병건, 김수완, 김진복, 이가은, 이관목, 이지혜, 이현경, 조은, 홍명환
작연출 | 수정, 진행 | 김강태, 무대감독 | 손청강, 오퍼레이팅 | 강유나, 음악 | 우치, 그래픽&의상 | 사니, 조명 | 호랑이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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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문화발전소 창작자의 공구함 [미술 비평 글쓰기 워크숍: 비평, 절망을 버티며 쓰기] 에 힘입어 들어 올린 글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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