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4일 수요일

극장을 닫아야 한다면

임승태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경제활동 전반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행업계, 요식업계와 더불어 공연예술계도 아주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공연 취소 결정이 점점 많아지고 있고, 공연을 하더라도 개점 휴업에 다름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다. 관객 중 확진자가 발생한 것이다(http://naver.me/GjaByQ7M).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마스크를 착용하고서 공연을 관람하여 다른 관객들이 접촉자로 분류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극장이 새로운 감염 클러스터가 되는 일이 한 사례라도 발생한다면, 공연장 전체가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Show must go on. 어떤 상황에서도 공연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이 말이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공연을 계속 해야 하는가, 잠시 멈춰야 하는가, 이 문제는 누가 어떤 방식으로 결정해야 하는 걸까.
  공공극장은 대부분 공연 중단을 결정한 상황이지만, 민간극장에게 동일하게 요구할 수는 없는 문제다. 공연을 쉽게 중단할 수 없는 이유는 그것이 공연 주체들의 생업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미 여러 공연이 중단되고 예정되어 있던 프로젝트가 취소되면서 여러 작업자들이 증상도 접촉도 없이 자가격리 중이다. 아르바이트 형태로 공연장의 여러 실무들을 맡고 있던 사람들의 생계도 막막한 상태다. 현재 대학로 공연 다수를 맡고 있는 기획사들은 진행하던 공연이 취소되는 경우 손실을 그대로 안아야 하는 형편이라고 한다.
  연극계가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노력에 동참해야 마땅하지만, 그와 더불어 작업자들의 경제적 손실을 만회할 수 있는 방법 마련이 시급하다. 필요하다면 공연장 전체를 일시적으로 닫아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결정을 내리는 정부, 혹은 재단 관계자들은 그로 인해 심각한 경제적 위기에 처하는 관계자들을 위한 구제책도 함께 제시해주길 바란다.
  소위 '연극의 해'에 찾아온 바이러스로 인해 연극계가 죽어가고 있다. 국립극단의 70주년을 기념하려 했으나, 연극하기 가장 어려웠던 전쟁통을 다시 경험하고 있다. '신연극 100년'을 기념하려 했으나, 그 즈음(1918년)에 범유행(pandemic)하여 한반도에서만 70만명이 감염되었다는 스페인 독감을 간접 경험하고 있다. 공연은 잠시 멈출지언정 공연계 종사자들이 살 수 있는 방법을 더 열심히 찾아야 할 때다. 1592년 런던에서 흑사병이 창궐했을 때 영국 왕실은 런던을 중심으로 7마일 반경 안의 모든 극장 및 대중 오락 시설을 일시 중단시켰다. 이때 배우들은 지방으로 순회 공연을 떠났고, 셰익스피어는 런던에 머무르는 대신 <비너스와 아도니스>, <루크리스의 능욕>과 같은 시를 썼다. 우리는 현재 지방 공연을 추진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모두가 셰익스피어처럼 시를 쓰고 있을 수도 없다. 5G 시대인 만큼 온라인을 이용한 무관객 공연이 시도되고 있다고 하고, 문예위에서는 네이버TV를 이용한 공연 생중계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무대와 관객을 현장에서 직접 만나는 것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무엇이든 아무 것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 이런 시도들이 다른 민간 공연에도 확대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무엇보다 공연이 지속될 수 없는 시기에 할 수 있는 대안적 작업들을 개발해야 한다. 각 분야 종사자들이 각자의 어려움을 이야기할 수 있는 공청회부터 필요하다. 코로나19는 곧 치료약이 나오겠지만, 머잖아 또 다른 바이러스가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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