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 8일 월요일

“~없이 연극하기”: 대안적 작업환경을 위한 성찰 - 콜렉티브 뒹굴과 화학작용4의 커뮤니타스를 중심으로

작성: 배서현, 손연수, 이담, 조준하
정리: 김민조 (화학작용 4 사무국)

* 이 글은 2019-1학기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전공 수업 <공연예술의 인류학>에 제출된 보고서를 [화학작용 4] 사무국이 간추린 소개글입니다. 보고서 전문은 아래 전문 보기 링크에서 pdf 파일을 내려 받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전문 보기 링크:
https://drive.google.com/file/d/1ljifCdEyIukJcFHTx_txtao3I_kttTzZ/view?usp=sharing 

이 글은 젊은 연극인들의 자발적, 수평적 네트워크를 표방한 연극 축제 [화학작용 4]의 성격을 인류학적 관점에서 해명하고자 시도한 글이다. 작성자들은 축제 프로그램 및 개별적인 연습 과정에 대해 참여관찰을 수행했고, 축제에 참여한 6개 팀 중 ‘콜렉티브 뒹굴’의 활동에 초점을 맞추어 [화학작용 4] 축제 전반의 특성에 접근하는 방법을 취했다.

[화학작용 4]는 “~없이 연극하기” 라는 방법론을 통해 기존 연극계의 규범을 성찰하고 대안적인 작업환경을 모색한 축제이다. 이 글은 [화학작용 4] 축제의 형태적 측면을 분석하기 위해 상징인류학자 빅터 터너가 제안한 “리미널리티” 및 “자발적 커뮤니타스” 개념을 원용한다. 리미널리티란 잠재성과 가능성을 내포한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태”를 말한다. 그리고 자발적 커뮤니타스란 다양한 사람들이 개별적 정체성을 드러내며 직접적, 즉각적, 총체적으로 상호 대면하는 상황을 가리킨다. 두 개념은 “~없이 연극하기” 라는 축제 방법론에서 발생하는 규범 부재의 상황, 아울러 그러한 기반 위에서 새로운 공동체성이 형성되는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화학작용 4]는 “우리의 연극은 그렇지 않다” 라는 슬로건 아래 진행되었다. 2018년 연극계 미투 운동을 거치며 젊은 연극인들은 그동안 ‘연극’이라고 불려왔던 틀에 권력적인 언어와 규범이 스며들어 있음을 직시하기 시작했다. [화학작용 4]는 “~없이 연극하기” 라는 형식을 부여해 기존의 언어와 규범을 의도적으로 박탈했고, 개별적인 창작언어를 지닌 팀들 간의 교류를 통해 새로운 규범을 형성하고자 했다. 이 과정은 새롭게 형성된 커뮤니타스 안에서 대안의 문화를 만들되 그 안에서 개별성을 보존하는 시도로 설명된다.

콜렉티브 뒹굴은 기존의 권력적인 작업환경에 대해 성찰하고 팀원 각자의 개별성을 보존하는 방향으로 활동해온 팀이다. 이 글에서 콜렉티브 뒹굴은 자발적 커뮤니타스의 장점을 드러내고 있는 팀이자 [화학작용 4]의 축제 기조와 맞닿아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서 분석되고 있다. “뒹굴리안”들은 서로를 별명으로 부르며 현실 세계의 지위에서 분리되는 대안적 정체성을 만든다. 또한 뒹굴리안들은 연습에 들어가기 전 “체크인”이라는 상징적 행위를 통해 ‘또 다른 나’ 라는 가상의 정체성으로 전이되며, 연습이 끝난 후에는 “체크아웃”을 통해 현실로 돌아온다. 이러한 연습 과정은 종전의 사회구조나 문화적 조건으로 이루어진 “직설법적 세계”와 그러한 구조가 무화되는 “가정법적 세계” 사이의 전이 과정으로 설명된다.

그러나 자발적 커뮤니타스는 기본적으로 불안정한 성격을 갖고 있기에 지속적으로 재통합의 요구를 받게 된다. 콜렉티브 뒹굴의 경우에도 개별적이고 수평적인 관계성과 공식적인 연출의 권위가 혼합되어 있는 양상이 관측된다. [화학작용 4] 역시 창작팀들의 교류 과정에서 기존의 규범적 언어를 대체할 새로운 규범적 언어를 찾아가는 양상을 보였다. 예컨대 “열정 없이 연극하기”를 주제로 한 ‘극단 배우들’의 워크숍에 참여한 ‘프로젝트 하자’는 열정이라는 개념을 박탈한다면 이와 반대되는 개념인 냉정을 정의해야 하지 않을지를 제안하기도 했다.

다만 이 글은 리미널리티 안에서 새로운 규범이 모색되고 있는 상태를 “규범적 커뮤니타스”가 형성되어 있는 상태와 구별 짓고 있다. 규범적 커뮤니타스는 영속적인 규범을 중시하며 개인의 자발성을 그 규범 안에 포함시킨다. [화학작용 4]에 참여한 팀들의 경우에는 서로의 연습실을 공개하고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대안적 규범을 만들어나가지만, 그러한 규범을 불변하는 것으로 간주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자발적 커뮤니타스 특유의 리미널리티는 새로운 규범에 의해 곧바로 해소되지 않고 연습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형성된다.

[화학작용 4] 축제의 최종 행사에 해당하는 ‘과정공유 시연회’는 완성된 연극이 아니라 과정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시연회는 관객의 참여를 통해 완성되는 형식으로 미완과 완성의 경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글은 관객이 시연회에 참여함으로써 작업환경의 문제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계기를 갖게 되며, 시연회를 통해 개별성과 수평성을 중시하는 [화학작용 4]의 커뮤니타스가 젊은 연극인들뿐만 아니라 일반 관객의 층위로까지 확장된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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