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최: 서울대학교 협동과정 공연예술학 전공
일 시 : 2015년 12월 3일
장 소 :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신양학술정보관 301호
참석자 : 이양구 작가, 윤혜숙 연출, 서울대 공연예술학 과정 구성원 등
정 리 : 김재영
201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창작산실’ 지원사업과 ‘팝업씨어터’ 기획 공연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소속 직원들이 특정 작가와 작품에 대해 지원을 받지 못하게 하거나, 공연을 방해하는 방식으로 창작자의 자유로운 표현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사실이 국정감사와 뉴스 보도 등을 통해 대중에 공개되었다. 서울대학교 공연예술학 협동과정에서는 이러한 문화예술 검열 사태가 일어나게 된 배경과 검열이 창작자들의 창작 태도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앞으로의 대응 방안에 대해 함께 고민하기 위해 ‘대학로X포럼’의 이양구 작가를 초청하여 공개 집담회를 진행하였다. 이 글은 집담회에 참석한 공연예술학 과정 교수 및 학생, 그리고 문화예술 검열 사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외부 참석자들과 이양구 작가, 윤혜숙 연출의 토론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Q1. 팝업씨어터 피켓 릴레이 시위에 연극인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관심있는 소수의 관객들도 동참했던 것으로 알고 있구요. 그런데 문화검열 문제가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기관과 지원을 받는 창작자 양 주체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검열에 의해 다양한 공연이 무대에 올려지지 않으면 관객에게도 피해가 가기 때문에, 사실상 관객 또한 피해자로 볼 수 있고, 그래서 관객들이나 시민들이 이 문제의 방관자가 아니라 당사자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피켓 릴레이 시위에 관객들이 얼마나 동참했는지 궁금하고, 만약 관객의 동참이 미미한 수준이었다면 앞으로 관객들이 스스로 당사자임을 인식하게 하고, 이 문제에 동참하게 할 전략을 갖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이양구 작가 : 관객들이 오시긴 했는데 연극인들의 지인들이 주로 오셨습니다. 누가 당사자인가에 대한 인식이 이러한 사태가 발생했을 때 가장 핵심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가령 창작산실 지원사업에서 박근형 연출의 작품만 검열당했다고 말할 수 있나요? 박근형 연출의 작품뿐만 아니라, 다른 작품들도 다 검열의 대상이었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러니까 뉴스에 보도된 것처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직원들의 종용에 의해 지원을 포기해야 했던 박근형 연출만 검열 사태의 피해자, 당사자가 아니라, 창작산실에 지원한 다른 창작자들도 검열의 피해자로서 문제 의식을 가져야 하는 당사자인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사안은 공적 질서를 교란시키는 행위이기 때문에 사실은 시민은 모두가 피해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를 이 사태의 당사자라고 인식하는 사람에게는 박근형 연출이 앞에 나서고 안 나서고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를 이 사태의 당사자라고 인식하지 않는 관객들을 동참시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이경성 연출이 ‘관객에게 말 걸기’라는 글을 써서 관객을 동참시키기 위한 노력을 했지만 별 성과는 없었구요. 저는 오히려 역으로 이렇게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 관객분들은 혹시 동참하기 위해서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신가요? 그리고 대학에서 공부하시는 분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계신지도 궁금하구요. 대학이 할 수 있는 역할이 크다는 생각이 듭니다. 연구와 논문을 통해서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주시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Q2. 창작산실이 어떤 지원 사업인지 조금 더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이양구 작가 : 현재 순수 창작 연극 지원 프로그램으로는 가장 큰 규모라고 할 수 있습니다. 먼저 1차년도 대본 공모에서는 다섯 개 작품을 선정하고 대상 한 작품은 5천만 원, 나머지 네 작품은 2천만 원씩 지원합니다. 한 해에 200편 정도가 지원을 합니다. 2차년도에는 낭독 공연 등을 통해 다섯 작품을 또 뽑고, 각 작품에 제작 지원을 1억 원 정도 해 주고, 좋은 공연이라고 평가받으면 그 이듬해에 다시 재공연을 위해 1억 원 정도가 지원됩니다. 통상 많이 받으면 2억 원 이상씩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극단 입장에서는 제법 재정적으로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고, 따라서 포기하기가 쉽지 않죠. 작년까지는 명동예술극장에서 주관했는데, 올해부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운영하면서 검열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한 겁니다.
Q3.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검열’의 개념이 어떤 것인지 자세히 설명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양구 작가 : ‘검열’은, 국가 권력이 정치사상적인 이유로 각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벽돌신문’, ‘복자’처럼 텍스트를 지우거나 잘라내는 것, 혹은 특정 작가의 작품을 무조건 금지하는 것 등의 형태로 ‘현시적’인 검열이 존재했었구요. 1930년대 ‘아웃소싱’된 검열을 보면 인쇄, 출판 자본들이 원고를 검열하는 것입니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어떤 작가의 글을 출판했는데, 납본한 후에 검열 당국이 ‘이 부분은 삭제하라’고 명령하면 그 부분을 수정해서 재출판해야 하는데, 이 때 비용의 부담이 생기게 됩니다. 때문에 출판사들이 알아서 작가들의 원고를 검열하기 시작하는 것이죠. 작가들도 출판되고 원고료를 받으려면 알아서 검열하게 되는 거구요. 전시동원체제가 되고 검열이 더 발전하고 되면 나중에는 작가들을 불러서 정치적 선전에 이용하는 형태로까지 변하게 됩니다. 검열에는 여러 층위가 있는데 1925년도에 조선총독부 경무국 고등경찰과장이었던 다나카 타케오가 <조선사정>에서 정리한 ‘다섯가지 차압기준’ 같은데 보면 조선민족독립사상 고취 등 정치 사상적 검열부터 풍속 검열까지 다양하게 있습니다. ‘1936년도 출판경찰개관’에서 확인되는 일반검열표준이나 특수검열표준을 보면 검열 기준들이 아주 세세하게 여러 분야, 여러 관점에서 검열이 이뤄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검열이 최종적으로 목표하는 것은, 검열관이 작가의 무의식 깊은 곳에 들어오게 하는 것인데요. 검열이 내면화되어서 작가 자신도 알 수 없을 만큼 자신이 자기 자신을 검열하게 되는 단계입니다. 작가 자신이 검열관이 되는 거죠. 검열은 또 모든 작품을 삭제하고 방해하는 형태가 아니고, 몇몇 샘플들을 골라내는 형태로 진행됩니다. 그럴 경우 ‘이 단어를 쓰면 안 되는구나’, ‘이런 내용을 쓰면 이 극장에서는 공연을 못하겠구나’와 같은 생각을 작가 스스로 하게 되는 것이죠. 특정한 단어를 금지하는 것은 그 단어로 형성되는 개념을 금지하는 건데 일제 때도 이를테면 ‘대한’ 등 조선이라는 국토, 독립 등을 연상하게 하는 단어들은 금지되었습니다. 이번 팝업씨어터의 경우 ‘수학여행’ ‘노스페이스’ 등 ‘세월호’를 연상하게 하는 공연은 앞으로 공공극장에서 공연하기 어렵다는 신호가 된 거죠. 그럼 배가 나오는 공연은 괜찮나? 고등학생은 나와도 되나? 우습지만 공공극장에 들어가서 공연을 하고 싶은 작가라면 이제 그런 생각을 자기도 모르게 하게 되겠죠. 그래서 검열은 창작자들의 창작태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습니다.
Q4. 연극인들이 퍼포먼스를 통해서 대응 시위를 하고 있는데, 차후 계획은 무엇인가요?
이양구 작가 : 연극인들은 시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한국 연극의 동시대성은 극장 안이 아니라, 극장 밖에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래서 이 검열 문제를 연극으로 담아내어 극장 밖, 거리에서 사람들과 만나서 공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네 번의 세미나를 준비했는데, 첫 번째는 오동석 헌법학자를 모시고 강연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검열은 헌법상이 금지하는 중대한 문제죠. 헌법이란 게 국가를 만들 때 근본적으로 합의한 약속인데 여기서 ‘표현의 자유’, ‘예술의 자유’ 같은 것을 보장하고 ‘검열을 금지한다’고 합의한 겁니다. 이런 얘기를 좀 다루려는 거구요. 두 번째 세미나에서는 식민지 검열 즉, 1900년대 초 러일전쟁 시기부터 시작되었던 식민지 검열의 제도사를 다뤄보려고 합니다. 세 번째는 개별 장르들인 연극, 음악 등에서 검열이 어떻게 전개되어 왔느냐를 살펴보고, 네 번째 세미나에서는 현재 검열이 어떤 문화예술 제도에 어떤 형태로 존재하면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인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12월 7일 처음 시작하여 부정기적인 세미나로 진행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에 검열의 법제사를 살펴보면서, 검열과 관련된 많은 사건들이 연극적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래서 이런 주제를 연극으로 만들어 보는 게 어떨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세월호가 그랬던 것처럼, 검열의 문제도 창작자들의 창작활동에 직간접적으로 반영되어서 다양한 형태로 연극에 반영되어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Q5. 검열에 대한 문제제기가 공연예술계에서만 있었던 것은 아니고, 영화 등과 같은 인접예술계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런 분야의 예술가들과 연대를 할 계획은 있나요?
이양구 작가 : 예술인연대포럼을 통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검열 문제에 대해 예술가들끼리 모여서 토론이라도 해보자는 심정으로 지난 10월 5일 예술인연대포럼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연극인들이 활발하게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데, 아마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직원들이 직접 작가를 찾아가 창작산실 지원을 포기하도록 종용한 사실이 연극인들에게 모멸감을 느낄 정도로 감정을 상하게 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미술계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장 임명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했었죠. 마리 관장이 스페인에서 검열을 한 전력이 있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미술인들의 항의가 있었고요. 그 밖에도 무용, 영화 등의 분야에서도 검열과 관련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지금 준비하고 있는 다양한 세미나들은 여러 분야의 예술가들이 함께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 같습니다.
Q6. 검열주체를 어떻게 파악하고 있나요?
이양구 작가 : 몇몇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직원들의 실명이 뉴스, 신문 등을 통해 보도되어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면 그들이 검열의 주체인가 하는 문제가 생기죠. 저는 처음에는 윗선에서 지시가 내려오니까 직원들이 어쩔 수 없이 검열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요즘에는 꼭 그런 것 같지도 않다는 생각이 드네요. 가령 1930년대 검열관들은 경성제대 법문학부 출신 등 엘리트들이다 보니 자신들을 일종의 계몽의 주체로 생각하고 있었다고 해요. 지금 문화예술계에 있는 공무원 집단이 그런 태도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실제로 담당 직원들은 공연 예술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고, 해외로 유학을 갔다 온 경력도 있을 만큼 전문적입니다. 그래서인지 대학로 연극 작품들을 수준 낮은 작품으로 인식하는 부분도 있지 않나 싶습니다. 본인들이 범죄자라는 인식도 거의 없는 것 같고, 본인들은 도리어 조직을 지키느라 자신들이 한 일에 비해 과도하게 비난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스스로를 피해자로 인식하고 있는 것도 같습니다. 조직을 지키느라 모든 비난을 감수해야 하니까 자신을 일종의 희생자로서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구요.
Q7. 지금 검열법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니까, 검열을 하려면 무언가 기준이 되는 규정 같은 것이 필요할 것 같은데, 예를 들면 창작산실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 기준이나, 내부적인 작품 선정 규정 같은 것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만약 그런 것이 아니라면 누가 이러한 검열을 생각하고, 지시하는 것인지 궁금하고, 어떤 프로세스에 의해서 검열이 이뤄지고 있는지를 명확히 알고 싶습니다.
이양구 작가 : 저도 윗선에서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라면 그는 과연 누구일까 고민해 본 적이 있고, 혹은 윗선에서 지시하지 않았어도 자신의 출세를 위해서 적극적으로 검열을 하려는 직원은 누구일까를 찾아본 적이 있습니다. 몇몇 혐의자가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검열의 주범이라고 단정 지어서 얘기할 수 있을까요? 제가 알 수 없는 조직 내부의 문제이기 때문에 말씀드리기가 조심스럽고요. 그래서 누가 검열을 지시했는지 확실히 알 수는 없습니다. 검열은 단순히 문화예술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고, 국가 전반에 걸쳐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정책을 실행하는 조직 내부의 문제가 있고, 그것을 외부에 있는 사람들이 해결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검열 문제가 발생했을 때,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사회적 분위기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8. 팝업씨어터의 당사자인 윤혜숙 연출에게 질문하고 싶습니다. 검열 사태가 창작자의 창작 태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 같은데요. 예를 들면, ‘공공 지원을 받으려면 이런 내용은 쓰면 안 되겠구나’, ‘이런 내용으로 쓰면 지원을 받을 수 있겠구나’라는 판단을 통해서 공공기관이 원하는 작품을 쓰게 되는 것이죠. 윤혜숙 연출은 아마 이러한 자기 검열의 방식과는 반대로, 자기 검열에 적극적으로 저항하는 방향으로 창작태도가 변화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검열 사태를 겪으면서 본인에게 미쳤던 영향과 창작태도의 변화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윤혜숙 연출 : 팝업씨어터 공연 거부를 결정하기까지 3일 정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당시 창작산실 문제가 한참 시끄러웠는데, 그 때 저는 처음에는 분노했다가 점점 그 문제에 대해 둔감해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칼이 비로소 제 목에 들어왔을 때, ‘내가 이제서야 이 문제를 당사자로 인식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뉴스타파에서 국정감사자료가 보도되었을 때에도, ‘내가 공연을 거부한다고 해서 무엇이 변화할까, 저들이 몇 개월 후에 다시 국정감사에 나가도 지금과 똑같은 말을 하면서 책임을 회피하겠지’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거부하기로 결정한 것은 나중에라도 이 문제에 대해 똑바로 이의제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공연 거부 직후에 무대에 올릴 준비를 하고 있었던 <후시기나 포켓또>를 ‘씨어터 까페’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 공연했는데, 그래서 검열 사건이 이 공연을 무대에 올리는데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지는 못했습니다. <후시기나 포켓또>에서 다루고 있는 인물이 일제 강점기의 아나키스트인데, 이 인물에 대한 연극을 만들면서 부당한 것에 입을 닫고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었구요. 다음 작품으로 오레스테이아 이야기를 산울림 고전극장에서 공연하게 되었는데, 검열 사건이 제 창작활동에 분명히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대본을 보면서 그냥 지나치고 말았던 것, 예를 들면, 이피게니아를 제물로 바칠 때, 저주를 못하게 입을 틀어막았던 장면이 유난히 눈에 들어온다든가 하는 변화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미처 몰랐는데 자꾸 눈길이 가는 장면들이 하나 둘씩 생기는 것이죠. 연극에서는 창작자가 작품을 바라보는 태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분명히 이 사건이 제 창작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하구요. 차기작은 이미 정해져 있어서 검열 문제를 직접 다루는 공연을 바로 하지는 못하지만, 나중에라도 이 문제에 대한 연극을 만들어서 공연하고 싶다는 바람은 있습니다. 그리고 아까 관객들하고 어떻게 소통할 계획이 있냐고 물어보신 것에 대해서 답변을 하자면, 공연을 만들어 놓고 관객과 소통하기도 힘든 처지에 이런 사태에 대해서 관객과 창작자가 만날 수 있는 장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최근 디씨인사이드 사이트에 있는 연뮤갤 게시판에 ‘검열에 반대한다’는 네티즌들의 댓글이 많이 올라와 있다고 합니다. 대학로 연극 포스터에도 검열문제를 언급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 이런 경로를 통해서 차츰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양구 작가 : 검열을 하는 사람들이 ‘우리가 안 했다’고 발뺌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했다. 그런데 그게 뭐가 문제냐’라고 얘기할 때가 가장 난감합니다. 저는 우리 사회가 원칙과 예외가 뒤바뀐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원칙을 지키지 않는 것이 당연시 되고, 그것이 일탈로서 비판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당하다는 식으로 논리를 만들어가는 것이 사회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구요. 그렇지만 현실은 절대 바뀌지 않더라도 원칙과 예외가 뒤바뀌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팝업씨어터나 창작산실 건에 대해서 끝까지 문제를 제기하고, 누가 이런 짓을 했는지를 밝혀보자, 그리고 그들이 도덕적으로나 법적으로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확실히 얘기해보자는 것입니다.
Q9. 저는 이 사건을 뒤늦게 알게 되었고, 이 사건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싶어서 이 자리에 왔습니다. 제 말이 외람될 수도 있지만, 생각나는 대로 말씀드리자면요. 대응 목표가 세분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법의 문제와 법적 감수성의 문제를 구분해서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관객들을 동참시키고, 문화적인 감수성으로 발언하는 경우와 법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를 분리해서 대응해야 모호하게 문제 제기만 하고 성과없이 끝나버리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양구 작가 : 이런 문제를 좀 더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집단이 형성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여기 학교에 와서 강연을 하게 된 것도, 이렇게 초대해주셔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것도 모두 그런 가능성에 조금씩 다가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10. 검열 문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이 벌어지고 있는 문제이고, 심지어 플라톤의 시대로까지 올라가는 문제입니다. 검열주체가 누구인지는 그렇게 중요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 시스템의 문제이고, 공직자들에게 검열이 내면화되는 과정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검열 문제에 대해서 반론들이 많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 ‘팝업씨어터에서 왜 그렇게 무거운 작품을 해야 하는가’라는 아주 단순한 반론들도 실제로 나오고 있구요. 일부에서는 ‘괜히 모든 것을 정치삼는다’는 식의 논리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공연예술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이론적으로, 예술적으로 이 사태를 비평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작품의 의미나 가치를 평가해주고, 그래서 이 작품이 팝업씨어터에서 다뤄지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이었나를 설명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아무래도 두 가지의 작업이 같이 이뤄지면 좋을 것 같은데요. 하나는 검열이라는 사회 문제를 다루는 작업이고, 두 번째는 검열과 관련된 작품에 대한 비평 작업이죠. 현장에서는 전자의 문제를 다루고, 학계에서는 후자의 문제를 다루는 방식으로 가면 서로 보완해 가면서 도움을 얻을 수 있는 면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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