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2일 월요일

산책의 6월 장바구니

얼마 전 지인이 제게 “볼 만한 작품을 좀 추천해 달라”고 연락을 해 왔습니다. 저는 매달 저의 장바구니를 올리기 때문에, 속으로 다소 의아해 하며 고선웅 연출의 <푸르른 날에>를 추천했습니다. 필명을 쓰고 있기 때문에 이 글을 제가 쓰는 건지 모를 수 있다는 추측과 (이건 괜찮습니다), 제가 보는 작품 말고, 다른, 더 재미있는 작품을 추천하라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이건 좀 마음이 아픕니다) 6월에 고른 작품을 소개합니다.


도이체스 테아터 - 〈도둑들〉, 6월 4일 – 6월 6일, LG 아트센터 

독일의 대표 극장인 도이체스 테아터의 첫 내한 작품입니다. <도둑들>의 작가 데아 로어와 연출 크리겐부르크는 모두 독일에서 주목 받고 있는 예술가이며, <도둑들> 역시 연극평론지 테아터호이테 선정 최고의 무대디자인상, 뮌하임 연극제 관객상 등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한국에서 조기 예매가 1월 중순에 시작될 만큼, 이 작품에 대한 관심이 큰 것 같습니다.

이 공연에서 가장 기대되는 것은 거대한 수레바퀴가 돌아간다는 무대입니다. 돌아가는 수레바퀴는 잡아 둘 수도, 앞당길 수도 없는 우리의 시간과 닮아 있을 것입니다. 무대 위에서 보여지는 그들의 삶이 얼마나 나의 삶과 닮아 있을지, 그래서 내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그들의 도둑 맞았다는 현재가 너무 슬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공연 시간이 무려 210분이기 때문에, 가기 전에 꼭 식사를 해야 할 것 같고, 잠도 충분히 자고 가야 할 것 같네요.



극단 인어, <배우 할인>, 6월 5일 ~ 6월 15일, 선돌 극장, 6월 17일 ~ 7월 6일, 나온 씨어터 


이번 달엔 무슨 작품을 볼까, 이리 저리 검색하던 중 발견한 작품입니다. 먼저 포스터가 눈에 띄었고, <배우 할인>이라는 제목의 의미가 궁금했습니다. 배우들을 통해서 할인 받는, 그 배우 할인을 말하는 것일까요? 원제는 <극장 속의 인생(A Life in the Theatre)>으로, 2013년 2인극 페스티벌에서 연기상을 수상했다고 하네요. “극장 속의 인생”, 그것도 대학로, 소극장 속의 인생이라면, 우스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슬픈, 어쩌면 뻔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뻔할지도 모르는 이야기를 무대에서 어떻게 보여주는지 기대하며, 다른 사람의 생을 엿보는 것으로 내 생을 돌아 볼 수 있기를 바라며 예매합니다.





극단 달나라 동백꽃, <뺑뺑뺑>, 6월 19일 ~ 7월 6일, 선돌극장


예매하고 보니, 이번 달에는 선돌 극장을 두 번 가네요! 이 작품은 지난 2월 남산예술센터에서 낭독 공연으로 먼저 선 보였는데, 그때 보러 가지 못해서 아쉬웠던 작품입니다. 저는 과거와 현재를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방식을 무척 궁금해 하는데, 한국의 근현대사(무려!)를 다룬다는 작품의 이야기 구성과 연출이 무척 기대됩니다. 소개된 줄거리를 보니 과거와 현재가 계속 맞물리며 시간이 재구성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올해 유난히 한국사를 다룬 작품들을 많이 관극 했습니다. <환도 열차>가 그랬고, <알리바이 연대기>, <푸르른 날에>도 그렇고요. 친구들에게 이 작품을 소개하니, “또 한국사!”라고 할 만큼! 그만큼 우리가 역사를 되돌아 봐야 하는 숙명적인 시기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무거운 마음이 들지만, 달나라 동백꽃 특유의 재치 있는 무대를 기대합니다. 이제서야(!) 배우들 이름과 얼굴을 조금씩 외우고 있는 제가 좋아하게 된 배우들도 많이 출연하네요!


연극이란 것이 늘 그렇지만, 이번 달에 고른 작품들은 특히 무대 위에 오른 인물의 삶을 지켜보아야 하는 작품들입니다. 그러나 너무 무겁지도, 너무 어렵지도 않은 작품들이라 생각됩니다. 작품을 고르고, 이 글을 쓰고 보니, 제가 제 삶을 더 잘 살아 내고 싶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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