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17일 화요일

무대 위에 떠 다니던 그 말들은, 누구의 말일까.


극단 코끼리만보, <말들의 무덤>, 김동현 구성, 연출, 
Hanpac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by 산책


공연을 보러 가기 전, <말들의 무덤>의 “말”이 동물인 줄 알았다는 사람들의 후기를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적어도, 나는 그 말이, 그 말이 아님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말이 무덤 속의 말, 그러니까 죽은 사람들의 말이라고 생각하고 공연을 보러 갔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극장에 앉아 미리 읽은 프로그램에서 읽은 다음의 문장은 내 지레 짐작을 죽은 사람들의 말을 무대에서 보겠구나, 하는 기대로 바꾸어 주었다.

 “극장에서 무덤을 열고, 그 안에 있던 ‘말들’을 꺼내 들려줌으로써 산 자와 죽은 자가 만나 가상의 대화를 나누게 하려는 것이다(프로그램 17쪽).”

2013년 9월 12일 목요일

<아이리스 PC방>: ‘극사발’의 순수하지 못했던 소원

극사발, <아이리스 PC방> 2013년 9월 3-4일, 
홍대CY씨어터

by 에스티

극사발이란 집단이 있다. 풀어보면 꽤 도발적인 이름이다: ‘연극을 통한 사회적 발언’. 이들은 유난히 더웠던 지난 여름 작품 하나를 연습했고, 얼마 전 창단 두 번째 공연을 마쳤다. 그런데 이들이 서울프린지페스티벌에 출품한 이 작품은 비주류 예술을 위한 축제와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다. 연일 신문지상과 트위터를 통해 뜨겁게 다뤄진 핫이슈인 국정원 불법 선거개입 사건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작품 속에서 ‘남조선일보’라는 가상의 유력 일간지 기자가 등장한다 하지만, 연극 잡지보다 먼저 시사주간지에 공연에 대한 기사가 대서특필 되는 것만 보더라도 이 작품이 얼마나 프린지의 축제 정신에서 벗어나 주류 문화를 지향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3535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