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 Bernd Uhlig |
무대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남자의 나체, 외설적이라기 보다는 그냥 한 덩어리의 물체처럼 보인다. 잠시 후 남자, 여자, 어린 사람, 조금 나이가 있어 보이는 사람 등 여러 사람들이 나와 그 물체 같은 남자의 몸을 쓰다듬는다. 그리고 나체인 여자와 누워있던 나체의 남자가 만나 움직이기 시작할 때 고정되어 있던 물도 흐르기 시작한다. 사샤 발츠Sasha Waltz의 ‘S’의 시작이다.
사샤 발츠의 ‘몸’ 삼부작중 하나인 ‘S’는 섹슈얼리티의 ‘S’다. 무용작품이면서 제목이 ‘S’라는 점에서 사람들의 야릇한(?) 시선을 끌 수 있는 이 작품에서 우리는 무엇을 볼 수 있을까? 흔히 섹슈얼리티라 하면 육체적 욕구를 떠올리기 쉽지만, 이것은 육체적인 욕구에 심리적인 욕구까지 결합된 넓은 의미의 인간의 성적 욕구와 그 대상들이 가지고 있는 성질들까지 포괄한다. 작품 속에서 그려지는 이미지들은 상투적인 인식으로부터 벗어난다. 원시적인 느낌을 나타내는 작품의 첫 번째 부분은 우리가 생각하는 춤이라는 움직임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흔히 하는 움직임 자체를 별로 찾아볼 수가 없다. 꿈틀대고 활발하지 않는 동작들, 호흡이 긴 동작들은 마치 초음파를 통해서 보는 태아의 움직임 같다. 두 남자의 팔 사이에서 다른 사람이 머리부터 떨어져 나오는 동작을 통해 탄생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암전과 한 쌍의 몸의 얽힘으로 이루어진 여러 장면들은 다양한 쌍들이 나와 현대사회에서의 양식화된 섹슈얼리티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현대사회의 이미지는 무대 뒤와 바닥의 영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활주로 같은 모습과 횡단보도 등 전형적인 도시의 이미지를 상기시킨다. 이 부분에서 나오는 움직임들은 확실한 움직임이고 우리가 춤이라고 생각할 만한 움직임도 나온다. 후반부로 갈수록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빨라지고 정신 없어 진다. 사회 속에서 개별적으로 드러나는 양식화된 섹슈얼리티의 총체적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 세 번째 부분의 영상은 초원이다. 마치 아프리카 초원을 연상시키는 동물들의 모습도 나온다. 이 부분에서 가장 눈 여겨 볼 것은 마지막 장면이다. 무대 위 왼편에는 여자가, 오른편에는 남자가 있다. 왼편의 여자는 투명한 물로 흠뻑 젖어있고, 오른편 남자는 (우유빛깔의) 불투명한 액체를 뿜어낸다. 그 밑에서 여자와 남자는 그 액체를 맞으며 엄청 역동적인 움직임들을 보여준다. 그에 반에 왼쪽의 여자는 고장난 기계 같은 딱딱한 움직임을 할 뿐이다. 여기서 각각의 액체들은 여성과 남성에게서 나오는 액체라고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액체에 뒤덮인 사람들의 움직임은? 남자쪽의 사람들에게서는 생기를 느낄 수 있다. 활동적이고 행복감마저 느껴진다. 반면에 왼쪽의 여성은 혼자 있고 외로워 보이고 움직임 자체도 별로 없다. 이는 남성과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대하는 태도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회에서 남성쪽은 능동적이고 자신이 느끼는 성적 감각들을 겉으로 드러내는데 거리낌이 없다. 하지만 여성은 능동적이지 못하고 마치 고장난 기계처럼 자신의 감각을 드러내는 데 주저하게 된다. 물론 개인차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일반적인 사회적 상황 안에서의 남성과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대하는 태도가 대비되는 장면이다.
몸으로 섹슈얼리티를 표현한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방식들이 아닌, 어떤 움직임들로 만들어내는 새로운 이미지들로 가득 찬 이 작품에서 우리는 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